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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AR 뉴스레터] "KAIST에서 철학을 연구한다고?"-Grant Fisher 교수님 인터뷰
Writer 관리자 Created 2015.07.28 Views 1107

KAIST의 today’s keynote

KAIST에서 철학을 연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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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무엇이 과학을 특별하게 만드나요?” “어떻게 사람들과 과학을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가 원하는 과학은 무엇일까요?” 

Grant Fisher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과학철학 전공 교수가 수업시간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Fisher 교수는 ‘과학철학’은 과학과 사회를 연결시키고 어떻게 하면 과학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세계의 중심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을 지향하는 KAIST에 과학철학 전공 분야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은 과학철학 전공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독특한 영국식 영어 발음으로 인사를 하며 시작된 인터뷰.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괴학기술은 무엇인지’, ‘무엇이 과학을 특별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삶 속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Beyond the Scientific knowledge 

“저는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모으기를 좋아합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아이디어 말이죠.”  

그가 맡고 있는 두 개의 강의- 과학철학(Philosophy of science)과 공공정책에 대한 응용윤리(applied ethics for public policy) - 는 이 때문에 비판적인 생각(critical thinking)을 기본으로 한다. 자신의 관점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논쟁하며, 자신의 생각을 방어하는 수업방식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집중한다.  

Fisher 교수가 던지는 질문들은 대부분의 과학전공자나 과학자들도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거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일터. 그는 보통 첫 수업시간에 ‘과학의 정의를 내러보세요’ ‘무엇이 과학을 특별하게 만드나요’ ‘과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같은 근본적인 의문들을 제기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 당황한다고 한다.  

Fisher 교수가 들려주는 과학철학 이야기는 색다른 분야라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를 이어갈수록 과학하는 사람이 왜 과학을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기에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학철학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2005년 발생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떠올려보죠. 그의 연구가 거짓이었다는 것과 더불어 사람의 난자를 연구에 함부로 사용했다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야기됐습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도 깊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Fisher 교수는 여기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주목하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규제 방법이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연구 성과물을 내기 위한 학문은 아니지만, 과학기술과 깊이 연결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과학철학”아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이 가진 두 가지 면을 대중에게 알려주는 것이 과학기술이 사회와 소통하는 그 첫 단계다.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배아를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어보는 것이 핵심이다.

매일 새로운 과학 기술 성과가 탄생하는 지금. 우리는 과연 그 이면까지 들여다보고 있을까? 새로운 기술의 탄생을 바라보는 것과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다른 개념임을 생각하게 한다.

과학에 질문을 던져라!…생각하고 말하는 강의

‘저는 그동안 과학철학에 대해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겠어요. 우리가 과학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요.’ 

‘Philosophy of Science', 'The Ethics and Governance of Emerging Technologies' 등 Fisher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수업이나 학기가 끝난 후 종종 던지는 소감이다.  

Fisher 교수는 “좋은 과학을 한다는 것은 과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을 통해 이 사회와 조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Fisher 교수의 이러한 생각은 그의 강의에 그대로 반영됐다. 수업은 토론과 자신의 생각을 방어하는 연습이 주가 된다. 그의 신념은 ‘기술을 하는 사람에게 생각하고 말하는 활동은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일까. 그의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많이 생각하고 말하고 질문에 도전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과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과학이론이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지, 환경을 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은 것인지…’ 학생들은 이를 주제로 토론한다. 에세이를 쓰고 질문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과학의 새로운 모습에 다가간다.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 수업의 특성상 편안한 분위기가 중요한데 Fisher 교수가 이를 위해 택한 방법은 ‘Eye contact(아이컨텍)’. 그는 학생들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더라도 한 번씩 부르고 눈을 잠시라도 마주치려고 한다.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영어로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엿보인다. 

Fisher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들로부터 배우고 감동할 때도 있다. 어려운 철학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함께 시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가 그랬다. 

“문제를 푸는 것이 다가 아니지 않나요? 과학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회의 일부이니 소통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즐기면서 제 수업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cientific Philosophy is Ongoing Journey

Fisher 교수와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그의 관심 분야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다. 신과 자연의 존재와 같이 고대부터 오랜 시간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이슈부터 현재의 과학정책까지 그의 관심 분야는 넓다.

“저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기술을 공부합니다. 과학 기술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 우리 사회와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 분야들도 다른 과학기술 분야처럼 이론화가 필요하답니다.”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것에 과학기술에 대한 공부가 빠질 수 없다. 그의 연구 활동 대부분은 과학과 철학 논문을 읽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논문 읽기는 필수.  

그는 KAIST에 와서 철학적 측면에서의 과학정책까지 연구 분야를 넓히게 됐다. 과학기술은 정책과 규제를 알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화학물질 개발, 원자력 발전 등 과학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우리 앞에는 이들의 양면성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놓여진다. 그는 이것을 ‘Ongoing Journey'라고 표현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즐기다

“Oh.. I do not know. Because tomorrow is mystery!“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앞으로 얼마나 더 KAIST에 있을 것인지 계획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Grant Fisher 교수가 한 대답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질을 연구하는 심오한 학문이라는 철학에 과학을 접목해 연구하는 과학철학과 교수다운 답이다. 

“최소 2년을 계획하지만 미래는 모를 일이니 10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웃음 짓는 그는 논문을 많이 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연구 분야를 서로 연결시키고 과학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또한 학생들과 동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인생의 목표라고. 

Fisher 교수는 삶이 가져다주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영국 런던(London) 출신인 자신이 고향을 떠나 터키(Turkey)로, 또 한국으로 온 것도 계획하지 않은 의외의 행복이라는 그. 

Fisher 교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즐기고 역동적인 현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길 뿐 아니라 여행, 자전거타기, 생물 관찰, 사진찍기 등 바쁜 일상을 보낸다. 특히 자연 생태에 관심이 커서 곤충과 새 사진을 찍으며 생태 정보를 모으는 일을 취미로 삼았다. 그는 “심오한 철학의 세계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연을 관찰할 때 마음이 차분해지다”며 잠시 학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마음을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앞으로 해야 할 재밌는 일들이 많습니다.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