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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대덕포럼] 달탐사는 과학인가 기술인가(대전일보, 2016.05.10)
Writer 관리자 Created 2016.05.10 Views 815

 

 

[대덕포럼] 달탐사는 과학인가 기술인가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학과장

 

 

기술을 위한 기술 프로젝트 부수적인 기대 효과만 제시 '왜 달에 갈것인가' 고민해야

점보제트기, 우주왕복선 등 항공우주는 이공계에서도 가장 쉽게 최첨단 과학기술을 떠올리게 되는 분야다. 이는 로켓사이언스(rocket science)라는 영어 표현이 고도로 정밀한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클리쉐로 자리잡은 데 잘 나타난다. 그런데 로켓을 발사하는 원리는 과학은 상대성이론도 양자역학도 아닌 근대 고전역학이다. 로켓 엔진의 작동 원리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뉴턴의 제3운동법칙 즉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고체나 액체 추진제를 고속으로 방출하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날아가는 것이다. 이 간단한 물리 법칙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혹독한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으로서 첨단기술보다는 극한기술에 가깝다.

미국의 역사적인 유인우주탐사계획인 아폴로프로그램은 인간이 달에 처음 발을 내딛음으로써 과학의 프런티어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아폴로프로그램에 참가한 32명의 우주인 중 과학자는 딱 한 명으로 그것도 맨 마지막 미션이었던 아폴로 17호에 탑승했다. 사실 아폴로 우주인들은 과학자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달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과학자들이 원하는 암석과 토양 샘플을 가져오려면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달 표면에서 무얼 채취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지질학적 훈련은 그러잖아도 촉박한 시간에 고강도로 이루어지는 훈련 일정을 더 고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주 탐사가 로켓만 쏘아올리는 것도 아니고 아폴로 우주인들이 가져온 샘플을 지질학자들만 유용하게 쓴 것은 아니다. 지구를 한참 벗어난 탐사선과 교신하기 위한 심우주 통신기술도 필요하고, 월석·월토 연구를 통해 지구과학, 대기과학, 행성학 등 인접 과학 분야도 상당한 혜택을 얻는다.

올해 초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또다른 유인우주탐사계획인 화성탐사프로그램에 대해 열띤 논쟁이 붙었다. 전문가 증인 중 가장 비판적인 사람은 국립연구회(NRC)에서 나사의 유인우주탐사계획 리뷰 패널을 이끌었던 우주과학자 소머러박사였다. 그는 2030년대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화성탐사 목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아폴로프로그램을 뛰어넘는 엄청난 예산과 철저한 계획,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나사의 준비상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과학기술을 뭉뚱그려 생각하지만 과학과 기술은 매우 다른 역사와 원리로 발전해왔다. 단순하지만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과학은 '왜'를 묻고, 기술은 '어떻게'를 묻는다. 2017년 달 궤도선, 2020년 달 (무인)탐사선 개발을 목표로 한 정부의 달탐사사업은 우주기술 자립기반 확보 외에 과학문화 확산이니 국가브랜드 고양 등 부수적인 기대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달탐사사업의 내용을 보면 달에 '어떻게' 갈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어가는, 기술을 위한 기술에 의한 기술프로젝트이지 '왜' 달에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미흡하다.

만약 길가던 중학생이 "어, 암스트롱이 달에 갔다오지 않았어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아, 그건 미국이 갔다온 것이야, 우리도 갔다와야지. "어, 암스트롱이 그럼 미국 대표로 달에 간 건가요?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는데?" 인류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냉전 시기 우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국의 프로젝트였지. "어, 냉전이 끝났는데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나요?" 중학생 눈높이 수준에서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어찌 보면 사소한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정부'의 달탐사가 넘어 우리나라의 달탐사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현재 나사의 유인우주탐사계획은 화성탐사와 달 재탐사 두 가지 대안 사이 팽팽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달 재탐사가 더 기술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은 이유는 바로 그 사소한 질문, '왜 또 달에 가야하나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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