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재난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활약하려면 (한겨레, 2017.1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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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관리자 | Created 2018.01.22 | Views 1104 |
재난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활약하려면
등록 :2017-12-21 10:35
재난 로봇의 스타, 크랩스터와 휴보
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전국 매스컴이 들썩였다. 잡지 <월간로봇>은 ‘2035년, 여의도 싱크홀 대참사에서 재난구조 로봇 1세대의 대활약 덕분에 304명을 전원구조 했다’는 가상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2] 마치 이 기사가 쓰이기 직전 해에 세월호 참사로 잃은 304명의 목숨이 ‘로봇 덕분에’ 2035년엔 보란 듯이 구조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재난 로봇의 역사와 우리나라 재난 로봇
두 번째는 인간이 직접 들어가기 어렵거나 위험한 사고 현장에 인간 대신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건물 붕괴 위험이 남아 있거나 잔여 화학 물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에, 인간을 구조요원으로 직접 투입한다면 그 구조요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원전 전원상실 사고(SBO, Station Black Out)가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었을 때, 무인기가 원자로 건물 상부를 정찰했고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건물에 들어가 내부를 조사했다.
재난 로봇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재난 로봇은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스스로 구할 수 있을 것 같이 그려진다. 2013년 <과학동아>에 등장한 두 재난 로봇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있거나 인간 소방관처럼 물을 쏘고 있다. 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고 두 달 뒤에는 “119도 못 가는 위험 지역 즉시 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다.[4]
로봇이 재난 현장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 소방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재난 대응 작업의 본질은 필연적으로 집단적인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소방관은 구급차 몇 명, 화재진압 몇 명, 구조 활동 몇 명 등 장비 및 활동에 따라 인력 편성이 되어 있으며, 이들이 다 함께 재난(사건, 사고) 대응을 한다.[6] 로봇이 기존의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인간 구조대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함을 뜻한다. 인간 대원들끼리 눈을 맞추고, 숨소리와 발걸음을 맞추고, 장비를 공유하던 일을 로봇과 인간이 함께 해야 한다.
재난 로봇의 활약을 위한 현실적인 질문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질문이 따른다. 재난 발생 전, 로봇은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관리를 받게 되는가? 재난이 발생하면, 당장 로봇을 조종하는(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경찰관, 소방관 등 인간 구조대원들은 재난 현장에서 로봇과 어떤 협력을 어떻게 하게 될 것인가? 재난 대응이 끝난 후, 닳거나 고장 난 로봇을 어디서 누가 수리할 것인가? 소방서나 경찰서에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재난 로봇을 운용하는 새로운 부서를 세워야 하는가? 법적, 제도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너무 당연하고 사소해서 종종 간과된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문제 역시 간과되어선 안 된다. 인간과 로봇 중 누가 먼저 출동할지, 어떤 부분을 인간 대원이 맡고, 어떤 부분을 로봇이 담당할지, 로봇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난 현장 밖에서 누가 어떠한 지원을 할지 정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재난 로봇이 소방관의 위험한 작업 일부를 대체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소방관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가? 정부는 어디에 어느 만큼의 투자를 더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재난 로봇-소방대원 사이의 섬세한 상호작용 문제, 로봇이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 내에 매끄럽게 투입되고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운용, 조종, 관리, 유지보수의 문제, 그리고 그것이 지속가능하도록 지탱해줄 적절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다.
[주]
[1] 동아사이언스, “[영상뉴스] 해저 보행로봇 ‘크랩스터’ 30일간의 기록”(2014년 5월 27일).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4526
[2] 월간로봇. “미래상상도-서울 여의도 싱크홀 대참사… 304명 전원구조” (2015년 6월), 44-45쪽.
[3] 특허청. “국민의 안전, 로봇이 지킨다! ? 재난 대응 로봇 관련 특허 출원 증가세.” 보도자료(2016. 5. 9.) http://bit.ly/2BjGIkG
[4] 중앙일보. “119도 못 가는 위험 지역 즉시 출동!” (2015년 8월 30일) http://news.joins.com/article/18550983
[5] 매일경제. “재난현장 누비고 싶은 ‘치타로이드’” (2013년 7월 3일)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535727
[6] YTN. “소방관 벌집 제거하다 천 만원? "바람부는 것도 예견하란 얘기"” (2017년 10월 18일) http://www.ytn.co.kr/_ln/0101_201710181951060858
[7] MBC. “예산 낭비 ‘소방 로봇’” (2016년 3월 30일) http://imnews.imbc.com/n_newssas/15seconds/3927808_18251.html
신희선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rebecca20@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