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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학교(Disaster Haggyo) 개최​
Writer 관리자 Created 2022.08.29 Views 132
- 공지사항 입니다.

우리 대학 과학기술정책대학원(원장 최문정)의 스콧 게이브리얼 놀스의 연구팀이 지난 8월 14(일)~21(일) 8일 동안 전세계 각지의 연구자, 활동가, 예술가를 초청하여 국제 행사인 '재난 학교(Disaster Haggyo)'를 개최했다. 재난 학교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의 후원을 받았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의 드리프팅 커리큘럼(Drifting Curriculu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기반의 미술, 시각 문화, 비판적 이론 및 실천 플랫폼인 Framer Framed와도 함께 여러 세션을 기획했다. 

 

우리 사회는 산업 공해, 기후 변화, 전염병 등 여러 가지 재난을 마주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그 종류와 시공간적 영향의 범위가 다양한 재난은 연구, 협력, 그리고 재난 정의(justice)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재난학교는 최근 재난학 분야에서 현장에 응답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실제 재난이 벌어졌던 현장, 혹은 아직도 재난이 종결되지 않은 현장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공동체와 함께 재난을 새롭게 이해하고, 상호간의 도움을 도모하고자 하고자 기획되었다.  재난학교는 재난학(disaster studies) 학교로서 선도적인 재난 연구를 공동체의 최대 이익을 위해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관해 더 많은 서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난에 영향받은 공동체가 재난 연구 및 정책 형성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난학교는 비단 재난을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자뿐 아니라, 과학자, 예술가, 활동가, 학생, 재난으로부터 영향받은 시민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한국 각지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초청하여 국제적이고, 간학제적인 협동 연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8월 14일(일)부터 21일(일)까지 8일동안 카이스트, 안산, 제주 일대에서 세월호 참사와 제주 4.3를 이해하고 연구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첫 번째 재난학교가 진행되었다. 먼저 14일과 15일, 카이스트에서는 재난학교를 아우르는 중요한 개념과 방법론, 이를테면 재난 정의(Justice), 재난 인류학, 인류세 (Anthropocene), 재난 저널리즘, 재난과 예술, 재난 교육 등에 관한 강연을 듣고 중요한 질문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14일 카이스트에서 개회사를 맡은 스콧 게이브리얼 놀스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인류세 연구센터 부센터장) 는 재난학교를 통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네 가지의 큰 개념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재난 정의(正義): 우리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고 권력 관계를 시험하기 ▴인류세: 전세계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여러 재난을 이해해보기 ▴상호 도움: 변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기 ▴기억의 형성: 과거와 현재의 창구로서의 기억 만들어가기. 특히, 상호 도움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재난 연구는 대학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연구 공동체를 향해 대학의 사람들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연구의 주제뿐 아니라, 연구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라고 역설했다. 이어 기조 연설을 맡은 박범순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인류세 연구센터 센터장)은 참가자들에게 “식민주의, 한국 전쟁과 냉전의 맥락에서 동아시아 및 한국의 재난을 생각해볼 것”을 요청했고, “재난의 희생자와 기억을 재현(representation)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는 도전을 제기하며 재난학교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16일부터 21일까지 재난학교는 안산과 제주를 현장기지(field station)으로 삼고 현장에 위치지어진(situated) 연구를 수행했다. 안산에서 재난학교는 단원고 일대와 4.16 기억교실, 4.16생명안전공원 부지를 방문하여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관련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현장들이 추모 사업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및 조사 과정과 어떻게 뒤얽혀 있는지를 탐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알아보았다. 이후 재난학교 참여자들은 18일에 제주로 이동해 4.3과 결부된 오래된 문제들과 더불어 현재 제주도의 환경 문제들을 동시에 탐구하였다. 4.3 평화공원과 4.3 평화기념관을 통해 4.3을 자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희생자 시신 회수 작업이 남아 있을 뿐더러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갇혀 있던 4.3에 대한 교육과 추모 활동도 계속되어야 함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오래된 폭력의 역사가 관광산업, 신재생에너지테스트베드 등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환경 문제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해양환경단체, 생태해설사, 에너지 전문가 등 제주도 지역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재난학교을 주최한 학생들은 일정을 마무리하는 21일,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나누었다.

▴최승찬 (전산학부 학사과정) 여러 지역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재난학에 관해 활발히 논의하는 것을 통해 향후 재난학의 사회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연 이 활동이 사회공동체의 어떤 이익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남아 있다. 이제 막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학생으로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더하는 경험이었다. ▴이슬기(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상호 도움'이라는 개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배우려는 태도로 강점을 살리고 상호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금현아(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재난을 이해하고, 재난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은 한 가지 언어로는 불가능함을 배웠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와 같이 언어학적 의미의 언어뿐 아니라, 학계의 언어, 재난 현장의 언어, 사진 및 영상 등 예술 영역의 언어 등 다양한 언어를 통해서만 우리는 재난을 살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다 ▴박현빈(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재난학교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여러 시공간의 재난들과 관계를 맺으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Joelle Champale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재난학교를 기획하는 처음부터 예술가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 창작, 방사탑 만들기 등과 같은 예술가와의 다양한 워크숍은 기억과 추모에 대한 다양한 관점뿐 아니라 재난 이후의 치유 과정에서의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예술적 방법론이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재난학교가 재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기록에 대항하여 새로운 형태의 협력의 장이자 돌봄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재난학교의 의미를 곱씹었다. 8일 간의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재난학교의 참가자들은 긴밀히 교류하며 상호 협력의 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고, 그 첫 번째 시도로 재난학교 참여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 혹은 잡지 발간 등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