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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형, 미래 오디세이] 동굴로 간 로켓(경향, 2018.07.18)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9.03 17:27
    조회수
    23



6월23일에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태국 축구팀 소년 열두 명과 코치를 영국에서 온 동굴 구조 전문가들이 발견한 것은 7월2일이었다. 이제 열세 명을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일이 남았다. 동굴은 길었고, 어떤 곳은 한 사람 몸이 통과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좁았다. 잠수를 해서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1㎞도 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굴 구조 전문가들이 도착했다. 태국 네이비실(해군특수부대)도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고, 음식을 만들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구조 방법을 정해야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세 가지 구조 방법이 주로 논의되었다. 물에 잠긴 구역을 지날 수 있도록 소년들에게 잠수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었다. 베테랑 동굴 구조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구간을 새로 잠수를 배운 소년이 통과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 둘째 방법은 동굴의 물을 계속 뽑아내면서 수위가 자연적으로 낮아지기를 기다렸다가 빼내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 넉 달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셋째 방법은 소년들이 있는 곳에 이르는 다른 통로를 찾아내거나 직접 뚫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어렵고 위험한 계획이었다. 

구조 준비가 한창일 때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와 우주개발 회사 스페이스엑스 등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고안한 장치를 들고 태국으로 갔다. 그의 팀은 우주 로켓에 들어가는 부품을 사용해서 소년 한 명이 들어갈 크기의 미니 ‘잠수함’을 만들었다. 잠수에 익숙하지 않은 소년을 이 잠수함에 태워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는 아이디어였다. 머스크의 로켓-잠수함이 오직 기술의 힘을 빌려서만 갈 수 있는 미래적인 공간(우주)에서 소년들이 맨몸으로 들어가 있는 과거적인 공간(동굴)으로 이동한 셈이다. 머스크의 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엔지니어가 소년들을 구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러나 동굴이 있는 지역의 전 주지사로서 구조 작업을 총지휘했던 나롱삭 오솟타나콘은 머스크의 미니 잠수함 아이디어가 “실용적이지 않다”며 거절했다. 나롱삭은 “그들의 장비는 기술적으로 세련된 것이지만,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우리 임무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년들은 로켓 부품으로 만든 미니 잠수함 대신 구조대가 인간 사슬을 만들어 옮긴 들것에 실려나왔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구간에선 소년에게 공기를 공급하는 마스크를 씌우고 구조대 두 사람이 앞뒤에서 지키며 전진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소년들이 공포에 떨지 않도록 진정제를 투여한 상태에서 구조 작업을 벌였다 한다.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돌입한 지 3일 만인 7월10일 모두 무사히 빠져 나왔다. 

구조 완료 이후 태국 네이비실은 감격에 찬 메시지를 내보냈다.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것은 분명히 과학이 기적적으로 작동한 사례였다. 다만 로켓 과학이 아니었을 뿐이다. 수십 년 동안 동굴을 탐사하고 분석해 온 과학, 소년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구조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의학, 수많은 동굴 구조 작업에서 쌓아온 잠수 지식과 경험, 언제쯤 폭우가 와서 동굴이 물에 잠길지를 예측하는 지역 주민들의 살아있는 지식과 현대 기상학 지식. 이 모든 것들이 결합해서 기적인지 과학인지 모를 일이 일어났다.

머스크는 사용되지 못한 자신의 장치가 ‘미래에 유용해질 경우’를 생각해서 잠수함을 태국 해군에 넘겨주고 떠났다.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미래의 과학자가 지금은 현실성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미래에 쓸모가 있을 거라며 자신이 들고 온 신기한 장치를 남겨두고 떠나는 장면 같았다. 구조 작업 전체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 동굴 전문가는 머스크의 제안이 “홍보성 곡예”였다고 비판했다. 머스크의 장치가 언론의 조명을 받기에 좋았을 뿐 동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그 동굴 전문가를 “소아성애자”라고 불렀다가 곧 삭제했다. 머스크는 또 자신의 잠수함 제안을 거절한 나롱삭 전 주지사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나롱삭은 구조 작업 전체를 침착하게 잘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스크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비판과 그의 능력과 선의에 대한 칭찬이 엇갈리고 있다.

기술사회학자 제이넵 투펙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머스크와 실리콘 밸리가 태국 동굴 구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기술 분야에서 성공하고 억만장자가 되었다고 해서, 그 경험을 다른 분야로 쉽게 옮겨서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하지 말자는 뜻이다. 투펙치는 머스크가 보여준 과도한 자신감과 다른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무시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복잡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들을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할 때 보이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보았다. 구조 작업을 도우려는 머스크의 선의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오랜 시간 현장에서 일하며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무시한다면 이는 결국 쓸 곳 없는 로켓-잠수함을 동굴 입구에 두고 떠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전치형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카이스트 교수머스크의 미니 잠수함 소동은 기술의 미래성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 머스크와 그의 동료들이 내놓는 멋진 미래(기술)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기는 올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 많은 경우에 그것은 사용할 수 없는 미래로 남아 있기 마련이다. 미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려면 현재 동굴이 어떻게 생겼고 통로는 얼마나 좁은지, 우기는 언제인지, 동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이며, 작업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과 제도는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즉 현재의 지식, 제도,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그때 비현실적인 마법처럼 보이던 미래가 현실이 된다.

<전치형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카이스트 교수>

 

기사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821150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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