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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활약하려면 (신희선, 한겨레, 2017.12.21)

 

재난 로봇이 구조현장에서 활약하려면 

 

 

등록 :2017-12-21 10:35

 

 

과학정책 연구자 8인이 함께 쓰는 연재

 

 

 

 

 
 
[8인의 여덟갈래 정책산책] 재난과 로봇
평창올림픽의 성화봉송 행사에는 ‘세계 최초의 올림픽 성화봉송 로봇’으로서 크랩스터(왼쪽)와 휴보(오른쪽)가 참여했다. 두 로봇은 대표적인 ’재난 로봇’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카이스트 연구팀 제공
평창올림픽의 성화봉송 행사에는 ‘세계 최초의 올림픽 성화봉송 로봇’으로서 크랩스터(왼쪽)와 휴보(오른쪽)가 참여했다. 두 로봇은 대표적인 ’재난 로봇’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카이스트 연구팀 제공
 
 
 
 
지난 11월 1일 수요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성화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성화는 인천대교를 지나 제주로 옮겨진 뒤 올림픽 개막일인 2018년 2월 9일까지 전국 방방곡곡 2,018km를 돌게 된다. ‘아이시티(ICT, 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을 테마로 하는 이번 평창올림픽의 성화 봉송 행사에는 ‘세계 최초의 올림픽 성화 봉송 로봇’으로서 크랩스터)와 휴보도 참여한다. 크랩스터는 11월 3일 제주에서 해녀들과 함께 해저에서 성화 봉송에 참여했고, 휴보는 12월 11일 대전에서 성화 봉송에 참여했다.

 

재난 로봇의 스타, 크랩스터와 휴보

 

평소 우리나라 로봇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위 두 로봇에서 무언가 친숙함을 느낄 것이다. 두 로봇은 과거에도 몇 차례 언론에 등장한 적이 있는데, 특히 2014년과 2015년에 ‘재난 로봇’으로 소개되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개발한 ‘세계 최초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 보행 로봇’ 크랩스터는 발이 6개 달린 ‘게 로봇’인데, 2014년 4월 22일 세월호 사고 해역 현장에 투입되어 초음파 카메라로 선체 외형을 촬영했다. 크랩스터 연구팀은 크랩스터의 30일간 세월호 주변 탐사 기록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1] “크랩스터가 구조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 경험을 새로운 해양 구조 로봇 개발의 토대로 삼겠다”라는 연구자의 말은 왠지 모를 짠함마저 남긴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승 과제.   http://archive.darpa.mil/roboticschallengetrialsarchive/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승 과제.   http://archive.darpa.mil/roboticschallengetrialsarchive/
 
 
카이스트 연구팀이 개발한 휴보는 2015년 미국 국방성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개최한 재난 로봇 경진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재난 대응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승전에 출전한 로봇들은 마치 실제 원전 사고 현장처럼 꾸며진 경연장에서 총 여덟 개의 임무를 수행해야 했는데, 예를 들면 밸브를 잠그거나, 도구를 이용해 벽을 뚫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통과하는 것 등이다.

 

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전국 매스컴이 들썩였다. 잡지 <월간로봇>은 ‘2035년, 여의도 싱크홀 대참사에서 재난구조 로봇 1세대의 대활약 덕분에 304명을 전원구조 했다’는 가상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2] 마치 이 기사가 쓰이기 직전 해에 세월호 참사로 잃은 304명의 목숨이 ‘로봇 덕분에’ 2035년엔 보란 듯이 구조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재난 로봇의 역사와 우리나라 재난 로봇
 
한국에서 재난 로봇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난 것은 최근이지만, 지난 20여 년 간 세계 여러 나라에선 꾸준히 재난 로봇을 개발해왔다. 특히 1995년 미국에서 발생한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와 같은 해 일본에서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재난 로봇 연구와 사용이 활발해졌다.

 

성화봉송에 참여한 휴보는 가상재난 환경의 벽을 뚫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사진 신희선 제공
성화봉송에 참여한 휴보는 가상재난 환경의 벽을 뚫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사진 신희선 제공
 
 
재난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먼저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약 6,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고베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재난의 경우에, 사고 현장에 동원할 수 있는 소방관과 경찰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고, 이것을 계기로 재난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고 일본 재난 로봇의 대가 타도코로 사토시(Sathoshi Tadokoro)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고는 대형 재난처럼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인간이 직접 들어가기 어렵거나 위험한 사고 현장에 인간 대신 로봇을 투입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건물 붕괴 위험이 남아 있거나 잔여 화학 물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에, 인간을 구조요원으로 직접 투입한다면 그 구조요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원전 전원상실 사고(SBO, Station Black Out)가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었을 때, 무인기가 원자로 건물 상부를 정찰했고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건물에 들어가 내부를 조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간헐적으로 재난 구조 로봇이 개발되어왔으나, 본격적으로 재난 로봇 개발에 착수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부터 6년간 약 710억 원을 투입하여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그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15일에는 포항에서 국민안전로봇 실증시험센터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9월 공개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올해보다 57.7% 증가했다. 로봇 부문의 전체 예산이 지난해보다 5.5%(85억 7400만 원) 감소함에 따라 대부분의 로봇 관련 사업이 지난해보다 지원을 덜 받게 된 점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재난 로봇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재난 대응 로봇 관련 연도별 특허 출원 현황 (출처: 특허청)
재난 대응 로봇 관련 연도별 특허 출원 현황 (출처: 특허청)
 
 
특허청은 2016년 5월 “국민의 안전, 로봇이 지킨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재난 대응 로봇과 관련한 국내 특허출원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3]  그리고 로봇자동화심사과장의 말을 빌려 “앞으로는 인간의 행동을 더욱 모방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과 재난 대응 기술이 결합되어 실제 인간을 능가하는 재난 대응 로봇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재난 대응 로봇이 실제 인간을 능가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재난 로봇은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스스로 구할 수 있을 것 같이 그려진다. 2013년 <과학동아>에 등장한 두 재난 로봇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있거나 인간 소방관처럼 물을 쏘고 있다. 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고 두 달 뒤에는 “119도 못 가는 위험 지역 즉시 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다.[4]
 
그러나 로봇은 특정 작업용(task-specific) 기계다. 애초에 재난 구조용 로봇으로 개발되지 않았던 크랩스터가 세월호 사고 해역에 투입되었던 것 역시 ‘해저 보행’이라는 능력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강대학교에서 개발한 치타 모양의 로봇 ‘치타로이드’는 재난 구조뿐만 아니라 군사용, 시각장애인 보행 보조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5] 로봇이 지닌 기능을 재난 시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재난 로봇의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로봇이 직업인인 ‘소방관’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소방관이 하는 작업 일부를 수행할 로봇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현명하게 갖다 써서 인간 소방관이 처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로봇이 재난 현장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 소방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재난 대응 작업의 본질은 필연적으로 집단적인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소방관은 구급차 몇 명, 화재진압 몇 명, 구조 활동 몇 명 등 장비 및 활동에 따라 인력 편성이 되어 있으며, 이들이 다 함께 재난(사건, 사고) 대응을 한다.[6] 로봇이 기존의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인간 구조대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함을 뜻한다. 인간 대원들끼리 눈을 맞추고, 숨소리와 발걸음을 맞추고, 장비를 공유하던 일을 로봇과 인간이 함께 해야 한다.

 

재난 로봇의 활약을 위한 현실적인 질문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질문이 따른다. 재난 발생 전, 로봇은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관리를 받게 되는가? 재난이 발생하면, 당장 로봇을 조종하는(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경찰관, 소방관 등 인간 구조대원들은 재난 현장에서 로봇과 어떤 협력을 어떻게 하게 될 것인가? 재난 대응이 끝난 후, 닳거나 고장 난 로봇을 어디서 누가 수리할 것인가? 소방서나 경찰서에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재난 로봇을 운용하는 새로운 부서를 세워야 하는가? 법적, 제도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너무 당연하고 사소해서 종종 간과된다.
 
2009년 대구에 위치한 소방서에 정찰 로봇 ‘꼬마로봇’과 소방로봇 ‘파이로-에프(Firo-F)’ 45대가 배치되었고, 2011년엔 같은 로봇 42대가 추가 배치되었다.[7]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개발한 로봇이다. 그러나 이 로봇들은 7년간 단 한 번도 실제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실제 재난 상황이 닥치자 장애물, 충격, 통신, 연기 등의 물리적 환경에 너무나 취약해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언론에 소개되자 대부분의 비판은 로봇 개발자들이 실제 재난 환경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으며 로봇 기술이 아직 덜 성숙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문제 역시 간과되어선 안 된다. 인간과 로봇 중 누가 먼저 출동할지, 어떤 부분을 인간 대원이 맡고, 어떤 부분을 로봇이 담당할지, 로봇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난 현장 밖에서 누가 어떠한 지원을 할지 정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재난 로봇이 소방관의 위험한 작업 일부를 대체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소방관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가? 정부는 어디에 어느 만큼의 투자를 더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재난 로봇-소방대원 사이의 섬세한 상호작용 문제, 로봇이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 내에 매끄럽게 투입되고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운용, 조종, 관리, 유지보수의 문제, 그리고 그것이 지속가능하도록 지탱해줄 적절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다.

 

 

 

[주]

 

[1] 동아사이언스, “[영상뉴스] 해저 보행로봇 ‘크랩스터’ 30일간의 기록”(2014년 5월 27일).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4526

 

[2] 월간로봇. “미래상상도-서울 여의도 싱크홀 대참사… 304명 전원구조” (2015년 6월), 44-45쪽.

 

[3] 특허청. “국민의 안전, 로봇이 지킨다! ? 재난 대응 로봇 관련 특허 출원 증가세.” 보도자료(2016. 5. 9.) http://bit.ly/2BjGIkG

 

[4] 중앙일보. “119도 못 가는 위험 지역 즉시 출동!” (2015년 8월 30일) http://news.joins.com/article/18550983

 

[5] 매일경제. “재난현장 누비고 싶은 ‘치타로이드’” (2013년 7월 3일)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535727

 

[6] YTN. “소방관 벌집 제거하다 천 만원? "바람부는 것도 예견하란 얘기"” (2017년 10월 18일) http://www.ytn.co.kr/_ln/0101_201710181951060858

 

[7] MBC. “예산 낭비 ‘소방 로봇’” (2016년 3월 30일) http://imnews.imbc.com/n_newssas/15seconds/3927808_18251.html

 

 

 

신희선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rebecca20@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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