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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내 인생의 책]②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경향신문, 2017.09.26)

 

ㆍ권력이 이상하게 보일 때

 

 

 

 

[김소영의 내 인생의 책]②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영화, 연극, 만화, 뮤지컬, 게임 등 다양하게 변주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미 문화권에서 성서와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전으로 17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혹자는 지구상에서 언어가 소멸될 때까지 두고두고 읽힐 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였던 옥스퍼드대 교수 찰스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 발표한 이 작품은 바로 전해 <앨리스의 지하세계 모험>이란 제목으로 탈고한 원고에서 비롯되었다. 지하세계(underground) 하면 저승이나 암시장 같은 부정적인 느낌인데 원더랜드(wonderland)라고 하면 동의어 사전에 니르바나, 아카디아, 천국, 가나안 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주로 나온다. 그런데 우리말로는 ‘이상한’ 나라로 번역해서 좀 더 상상력을 부채질하게 된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정치학자인 내게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여왕의 크로켓 경기장’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틈만 나면 ‘저놈의 목을 쳐라’고 하는 이 지배자의 이름은 하트의 여왕이다. 여왕이 치는 크로켓 게임은 고슴도치가 공이고 플라밍고가 방망이다. 경기 끝 무렵 하늘에서 얼굴만 나타나는 체셔 고양이에게 앨리스는 살아있는 걸 가지고 경기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한다. 여왕은 체셔 고양이 목 역시 치라고 하는데 처형인은 몸뚱이가 없이 머리만 있는 것의 머리를 어떻게 칠 수 있냐고 불평하고, 옆에 있던 왕은 머리가 달린 것은 모두 머리를 자를 수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호통친다. 

 

하트의 여왕은 장기 집권한 빅토리아 여왕의 괴팍한 면모를 풍자한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이 장에서 유추되는 ‘지배’의 근본적 성격은 규칙의 자의성과 권력의 허구성이다. 지배와 권력은 당연시됨으로써 지속된다. 그걸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262251015&code=960205#csidxf62e22b6b747e6b9581cad66fed21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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