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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내 인생의 책]④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프리드리히 니체(경향신문, 2017.9.28)

 

ㆍ살면 살아진다

 

 

 

[김소영의 내 인생의 책]④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프리드리히 니체

 

아직도인지, 여전히인지 모르겠지만 해외 학회를 가면 유스호스텔에 묵는다. 호텔은 방에서 일만 하게 되는데 유스호스텔은 방에서 잠밖에 못 자기 때문에 라운지에 나오게 된다. 거기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인 데다 재수가 좋으면 소설에 가까운 모험담이나 인생 유전도 듣게 된다.

 

제목도 저자도 너무 유명한 이 책은 시애틀 유스호스텔의 이층침대 아래칸에서 읽었다. 그 호스텔은 침대마다 약간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이랑 작은 전등을 달아두었는데 지금은 호스텔도 호텔급인 데가 많지만 그때만 해도 이건 사치에 가까웠다. 

 

고전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란 농담이 있다. 워낙 유명해서 안 읽어본 이 책도 수면용으로 펼쳤다가 의외의 재미에 새벽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논문이나 산문이 아니고 경구들을 모아놓은 형태인데 1878년 처음 발표한 이후 속편 2개를 합쳐 약 1400개 경구를 담고 있다. 경구마다 짧게는 한 문장, 길게는 두세 쪽에 걸쳐 설명을 붙였는데 다루는 주제가 방대하다. 정치로 우리가 잃은 것들, 도덕주의자로서 셰익스피어, 인간이 게을러질 수 있는 정도,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능력을 늘리는 것, 기억력이 나빠서 좋은 이유, 용감한 자를 설득하는 법 등 진지한 성찰만이 아니라 우스개 같은 글도 있다. 

 

책 제목이 된 표현은 35번째 경구에 나온다. 인간이 삶의 질곡에서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는 것은 스스로 성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도덕이나 종교에 기대지 않고 인간적인 세상살이에 대해 가장 깊은 내면에서 돌아보는 것. 그래서 이후 니체의 저작에 나오는 초인(超人)은 피안의 구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삶을 일단 살아내는 데서 자라나는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유스호스텔 라운지에 모인 사람들이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282211005&code=960205#csidx7bf9e0371d522e2af3d08b3ab0f5d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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