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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위원회 역할 정립이 우선 과제 (한국대학신문, 2017.8.29)

 

4차산업혁명위원회 역할 정립이 우선 과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내달 출범…실무는 과기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입장에 따라 “자문기구로 축소” 또는 “과도한 ICT 편중”
靑 “아직 출범 않은 조직”이라지만 기재부 중복기구 논란도
불확실성 극대화 시대, 단기 치적 아닌 혁신역량 기초 닦아야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문재인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늦어도 9월 닻을 올린다. 그러나 기구의 구성과 성격에 대해 입장이 분분한 데다, 중복기구 논란도 남아 있어 당장 위원회의 역할을 세우는 것부터 첫 과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4차 산업혁명 도래로 나타날 경제,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변화에 대비하고자 민관이 함께 논의해 국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로 정의했다.

 

4차산업혁명은 일자리와 함께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의 양대 축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ICT 신산업과 창업 육성, 일자리 변화 대응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위원회 설치를 준비했다.

 

■ 민간 25명·장관 4명 위원으로…4차산업혁명위 골자는= 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논의하고 세부 실행계획과 추진 성과를 점검한다. 금년 말까지는 4차 산업혁명 대응 범부처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정부는 위원회를 민간이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민간 주도의 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민간 각 분야 전문가로 최대 25명을 정하며, 위원장도 민간 전문가 중 대통령이 위촉한다. 민간위원의 임기는 1년이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과기정통부, 중소기업벤처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간사) 5명이 참여한다. 필요시엔 타 부처 장관과 관계자도 위원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했다.

 

산하 위원회도 다수 설치된다.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분야별 혁신위원회, 현안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린다. 업무 지원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지원단도 별도로 만든다. 현재 위원회 실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맡고 있어 이곳의 관료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밖에 △기술개발 및 데이터·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지능형 공공서비스 확산 △신산업·신서비스 육성과 같은 과학기술 유관 업무 △법제도 및 규제 개선 △고용·복지 등 사회혁신 △교육혁신 △대국민 인식 제고 등을 도맡아 진행한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령이 공포된 8월18일부터 민간위원 선임과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늦어도 9월까지는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 닻 올리기 전부터 ‘설왕설래’…중복기구 혼선도= 위원회에 이목이 쏠리는 만큼 직제와 구성부터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에 설치한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도 아직 남아 있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ICT 학계와 업계에서는 위원회가 민간 자문기구로 축소돼 정책에 관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CT 분야 88개 학회와 협회, 단체로 구성된 한국소프트웨어·정보통신기술총연합회는 8월22일 긴급제안서를 내고 △4차산업혁명위의 총리급 위원장 위상 확보 △관련 부처 국무위원의 폭넓은 참여 △지원단 민간 전문가 중용을 요구했다.

 

당초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원안에는 민간 위원장에 총리급 직위를 부여하고, 과기정통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하며 15개 부처 장관이 배석해 정책 조정 능력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민간위원 중심으로 힘이 빠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타 분야 과학계에서는 위원회가 외려 ICT에 편중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CT를 중심으로 하는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실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한쪽 산업으로 정책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의 한 교수는 “담당 관료들의 힘이 훨씬 세지고, 예산도 (ICT에) 몰리기 쉽다”며 “편중 현상이 더 일어나면 일어났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산하에 설치된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도 아직 남아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인 올해 2월 지난 정부가 공포한 훈령에 근거한 이 위원회는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 이 기구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에 대한 관계기관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소관 부처만 다를 뿐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다.

 

이에 대해 위원회 간사인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출범도 하지 않았고, 위원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세계 많은 기업이 수준은 조금 다르지만 기술의 변화를 느끼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불분명한 개념과 목표…혁신역량 쌓는 계기로 전환해야= 그러나 위원회가 대비하겠다는 ‘근본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설명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4차 산업혁명 실체가 불분명한데 기인한다. 위원회를 명확히 지지하는 사람도 없고, 모두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로 위원회를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사 및 과학철학)는 지난 2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 “정의가 모호한 용어는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개념을 투영해 이용할 수 있기에 정치적 유행어로 쓰이곤 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대인 만큼, 혁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가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논의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으니, 수년간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를 해소하고 어떤 변화가 와도 대비할 수 있는 경쟁력을 쌓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추격형, 단기 성과에 집착해 온 한국 과학기술과 사회 전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전망은 과장됐다고 생각하지만, 변동은 있다고 본다. 위원회가 이런 논의를 하기 전에 상황 파악을 잘 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일자리를 통제하고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20~30년이 지난 후 혁신 역량의 기초가 이 정부에서 쌓였다는 평가를 받도록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전문가들이 꼽는 기초체력의 한 예는 기초과학이다. ICT만을 위한 원천 기술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과학기술을 보는 인식 구조를 개선하고, STEM분야(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 전반의 기초과학 강화를 말한다. 이를 통해 대학 사회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능케 하고, 나아가서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제 구조와 삶을 돌아보지 않던 사회 문화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ICT 위주로만 보는 시각이 팽배한데 그렇게되면 결국 우리가 해오던 ICT 전략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4차 산업혁명을 한국의 경제, 산업, 과학기술적 재구조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ICT 중심 시각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78492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ddobagi@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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