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영역
대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Media

Home NOTICES & EVENTS Media

4차 산업혁명은 정치적 유행어에 불과···기초과학연구 간과할 우려” (경향비즈, 2017.08.22)

 

“4차 산업혁명은 정치적 유행어에 불과···기초과학연구 간과할 우려”

 

 

“인공지능 딥러닝을 가능케 한 것은 하사비스가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의 수학자 제프리 힌튼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기초과학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정치적 유행어에 불과하며 4차 산업혁명론이 국가 과학 의제를 일부 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왜곡하고 기초과학연구나 교육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22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116회 원탁토론회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은 박근혜 전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나온 ‘지능정보산업 발전계획’이 진화한 것”이라며 “이는 시민사회의 요구와는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사를 전공한 홍 교수는 지금 논의되는 기술 변화가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을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제사학자들은 대체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방직·방적 산업에서의 혁명, 2차 산업혁명은 내연기관과 전기·화학 기술의 등장으로 촉발됐다는 데 동의한다. 3차 산업혁명의 경우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지만 많은 경우 1970년대 이후 컴퓨터 보급과 유전공학, 인터넷 보급 등을 그 특징으로 꼽는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정체성이 모호하다. 홍 교수는 “산업 혁명은 90%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던 과거의 세상에서 90%의 인구가 농업 외에 종사하는 혁명적으로 다른 새로운 세상을 낳았지만 이후 혁명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인터넷이 생기고 정보 사회가 도래하는 등 수많은 변화발전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우린 아직도 산업사회라는 살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이미 1940년대부터 그 뜻을 달리하면서 여러차례 등장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알버트 카와 사회학자 해리 엘머 반스가 각각 1940년과 1948년 이 용어를 썼다. 원자력, 초음속 비행, 현대적 통신수단, 컴퓨터 등이 그 주역으로 얼굴을 바꿨다. 1980년대 초반 경제학자 월트 휘트먼 로스토는 당시 전자공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그는 1983년 방한 당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의 강연은 ‘한국과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1983년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평가받은 우리가 2017년에 이를 다시 국가적 의제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정치적 유행어에 불과”하며 “그 모호성이 역설적으로 이 용어의 유행에 기여했다”고 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론이 ‘성공의 덫’에 갇혀 있다고 표현했다. 과거 CDMA 국산화에서와 같은 성공을 현재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혁명에서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하사비스가 만든 것이라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수학자 힌튼이 여러 층의 신경망 네트워크가 실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풀면서 가능해진 것이다”라며 “결국 기초과학과 핵심기술을 탄탄히 지원해줌으로써 인공지능 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정부가 기본을 튼튼하게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당장 효과가 안 나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더라도 기초과학과 핵심기술을 차근차근하게 키울 줄 알았다”며 “근데 역시 과거 정부와 똑같이 녹색성장, 창조경제에 이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4차산업혁명론이 국가 과학 의제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일부 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재원은 한정적인데 국가 과학 아젠다를 ICT에 올인할 경우 다른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약화 간과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론은 특정 정보기술로 우리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는 기술결정론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론은 기술이 발전하면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식의 발전관을 피력하고 있다”며 “정보기술 발전으로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합리적으로 변하게 하려는 노력에 의미를 갖도록 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의 역할을 설정·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많았다.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영역에서 주로 논의된다는 점을 빼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데, 과학기술 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며 “과학기술의 하위 개념인 정보통신기술이 과학기술 정책을 좌우하는 게 이상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유독 한국만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게 구글 트렌드 분석에서 극명히 드러난다”며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은 한국사회에서 그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고 분석이 필요한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8222100001&code=920501#csidxfacdb93475a4b9daa80a148c3f647e2

경향신문, 2017.8.22.,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리스트